눈 썰매장은 추억이 많다. 시골 동네는 눈이 엄청 많이 내려서 사방이 눈썰매장이 되었었다. 겨울이면 늘 꽁꽁 어는 개울에는 얼음썰매를 타는 친구들로 가득했다.
모양도 제각 기였다. 대부분 굵은 철사로 얼음 썰매 날을 만들었었는데, 조금 사는 집의 아이들은 스케이트 날 또는 무딘 부엌칼로 만들었다. 스케이트 날로 빙판 위를 달리면 그 속도가 정말 빨랐다.
사는 곳 근체에 해마다 얼음썰매장을 개장하는 곳이 있다.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군고구마도 판매를 하고 있다. 눈썰매장도 재미있지만 겨울 내내 얼음이 얼기에 빙판 얼음썰매도 재미있다.
비료포대, 삽으로 타던 눈썰매는 이제는 힘들다. 눈썰매장을 가야 한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추위를 녹이면 아이들 얼음썰매 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들이다. 풍경이 무척 정겹다. 무릎 꿇고, 양반다리를 하고 썰매를 탄다. 부모도 신이 나고 아이들도 즐겁다.
친구들과 누가 빠른지 시합도 하고, 넘어뜨리기도 하고 혹시라도 녹아 있는 빙판 위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옷이면 장갑까지 다 젖지만 그래도 집으로 가지 않고 모닥불에 몸을 녹이며 하루 종일 얼음 위에서 놀았다. 불 가까이서 재잘거리다 옷에 구멍내기가 일쑤였다.
산불이 나기도 했다. 어른들을 비롯해 삼촌 형까지 모두 달려와 불을 껐었다. 불을 낸 친구는 이미 저만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곧 시야에서 사라진다. 의리는 있었다. 누가 불을 낸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함구했었다.
귀가 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어둑 해질 무렵이면 엄마 또는 아빠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러 오신다. 저 멀리서 아무개야 소리치면 '네'하고 크게 대답한다.
부르고 대답하고 부르고 대답하고 이런 장면이 몇 번 반복된 후에 아쉬움을 남기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와서 바가지로 따뜻한 물에 손을 씻을 때면 손가락이 아려오기도 했다. 추운 줄 모르고 즐겁게 노느라 손이 꽁꽁 언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서서히 퍼지는 온기에 마음까지 사르륵 녹는다. 다음 날이면 여전히 빙판 위 얼음썰매를 타려고 향한다.
한강 변이다. 남양주 토끼섬 근처다. 근처에 주차할 곳이 많아 붐비지도 않는다. 바로 옆은 자전거 도로이다.
얼음썰매에 익숙지 않는 아이들이다. 역시나 경험이 있는 부모들이 잘 탄다. 넘어져도 모두 한바탕 웃는다.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간 것이다. 썰매를 만들기 위해 톱, 망치, 철사, 펜치, 대못이 필요했다.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직접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어린것이 만들면 얼마나 잘 만들겠는가마는 모양과 상관없이 마냥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세상살이 걱정이라곤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했던 일이 없다. 다만 화가 나는 일은 누가 빠른가 시합에서 져서 씩씩 거리든 기억만 난다. 멸치와 무 육수에 김 모락모락 어묵의 맛도 빼놓은 수 없는 추억이다.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에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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