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인 듯 아닌 듯 한 곳으로 이사 오면서 달라진 풍경이 있다. 주변의 자연환경이다. 대낮에도 두물머리 근처 고라니가 있는 집 근처 풍경은 한가롭고 마음을 가라앉게 하는 힘이 있다.
두물머리 근처 고라니가 있는 집 근처 풍경
익숙한 녀석들이라 생김새도 구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미가 새끼를 낳았는지 여러 마리가 뛰어다니기도 한다. 봄에는 엄청 작았는데, 지금은 어미만큼 커진 듯하다.
산책을 할 때면 멀리서 경계하듯이 쳐다보다가 이내 저도 익숙한 듯 풀을 뜯느라 여념이 없다.
그래도 어린 새끼들은 보여주지 않는다. 가끔 뒤를 쳐다보는 걸 보니 풀숲 뒤쪽 어딘가에서 노는 듯하다.
다른 곳에 살 때는 도로가에 고라니가 죽은 것을 가끔 봤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몇 년에 한 번 정도 본 듯하다. 먹이를 찾아 인가 근처로 올 이유가 없어서다.
산이 존재하고 나무가 있고 먹을 풀이 많은데 굳이 민가 근처로 내려올 이유가 없는 고라니들이다. 그러다 겨울철이면 가끔 근처로 내려오는 것이 눈에 띄기도 한다.
자연은 누구도 주인이 없다. 자연인 것이다.
매일 아침 뜨는 해를 보고 고즈넉한 물의 파랑을 보면 내가 전체의 티끌 같은 일부라는 것을 실감을 하게 된다. 심하게 경계를 하지 않는 고라니 또한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두물머리는 확연히 두 물줄기가 만나는 것이 드러난다. 두 물이 만나서 한강을 이루는 자연의 깊은 뜻과 함께 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고라니가 밤에 울 때는 야속하기까지 하다. 그 소리가 정말 귀를 찌른다.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고라니 울음소리는 기가 차다. 음치도 그런 음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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